[백마화사랑의 일상] 김지하 시인의 친필 시

작성자 : 관리자 2022-05-10 / 조회수 : 55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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불꽃으로, 한 그루 새 푸른 솔로, 

김지하 시인은 81세 나이로 그렇게 가셨습니다.

백마화사랑 무대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 

친필로 원고지에 쓰여 진 빈 산을 읽어 내려가니 가슴이 저려 옵니다.


빈 산

           김지하

 

빈 산

아무도 더는

오르지 않는 저 빈 산

 

해와 바람이

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산

아아 빈 산

이제는 우리가 죽어

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

빈 산

 

너무 길어라

대낮 몸무림이 너무 고달퍼라

지금은 숨어

깊고 깊은 저 흙 속에서 저 침묵한 산맥 속에

 

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

불꽃일 줄도 몰라라

 

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

내가 죽을 저 산에 죽어

끝없이 죽어

산에

저 빈산에 아아

 

불꽃일 줄도 몰라라

내일은 한 그루 새 푸른

솔일 줄도 몰라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