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백마화사랑의 일상] 김지하 시인의 친필 시
불꽃으로, 한 그루 새 푸른 솔로,
김지하 시인은 81세 나이로 그렇게 가셨습니다.
백마화사랑 무대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
친필로 원고지에 쓰여 진 빈 산을 읽어 내려가니 가슴이 저려 옵니다.
빈 산
김지하
빈 산
아무도 더는
오르지 않는 저 빈 산
해와 바람이
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산
아아 빈 산
이제는 우리가 죽어
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
빈 산
너무 길어라
대낮 몸무림이 너무 고달퍼라
지금은 숨어
깊고 깊은 저 흙 속에서 저 침묵한 산맥 속에
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
불꽃일 줄도 몰라라
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
내가 죽을 저 산에 죽어
끝없이 죽어
산에
저 빈산에 아아
불꽃일 줄도 몰라라
내일은 한 그루 새 푸른
솔일 줄도 몰라라